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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이성과 감성의 분리라는 하나의 아이디어로부터 누군가 현재의 '인간다움'이 느껴지는 캐릭터를 착안해낸 거라면? 우리는 실제로 이성과 감성이 교착된 상태로 태어났는데 그 아이디어로부터 파생된 문화와 문명이 그간 축적되어 오늘날의 모습으로 우리를 길들여놓은 거라면?

 태초의 인간들은 어쩌면 훨씬 더 현명한 존재여서, 굳이 타인과 얽히지 않아도 제 삶을 영위하는 것이 가능했는지도 모른다. 어느 시점에서 개인 간의 격차가 심화되고, 도태된 이들에 의한 사회 문제가 대두되자 몇몇 이들이 보다 나은 세계를 건설하기 위해 묘안을 낸다. 서로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하고, 구성원들이 의존적인 관계를 만들어나가게끔 암시를 주자. 그리하여 종교, 문화, 정치 등이 본격적으로 등장하여 발전을 거듭하고, 그 와중에 사람들에게 상호 이타적인 행동 양식이 이상적인 인간형임을 주입시킨다. 이것이 인간 관계 혹은 네트워크의 시초이다. 선지자들은 개인 내부에 있던 이성과 감성의 연결 부위를 끊어버림으로써 상대적으로 외부로의 링크를 더 많이 활용하도록 만든 것이다.
 
 마음이나 어떤 감정을 형상화할 때 흔히들 하트나 가슴 부위를 가리키곤 한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 실제로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은 뿜어져나오는 혈액 사이로 여닫히는 판막과 주기적으로 수축·이완을 반복하는 근육 덩어리뿐이다. 이는 죽음이 생존이나 건강과 대립되는 의미로 인식되어지는 것처럼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에 있어서도 사람들로 하여금 부정적인 이미지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도록 의도적으로 기획된 것이다. 최초로 이러한 개념을 도입한 이들은 건전한 정신관의 확립을 통해 전체적인 사회악의 수위를 최대한 낮추고 범죄 및 극악무도한 행위 등을 방지하려고 했다.  
 
 이상은 사회화와 관련하여 확인된 바가 저언혀어 없는 모종의 음모론.
 
 ...혹은 오늘 이야기를 주고 받던 중 인간 관계에 대한 체념을 내비추자 상대방이 보였던 의아스러운 눈초리가 못내 마음에 걸렸던 어떤 이의 공상.

+) 요즘은 뭘 쓰기만 하면 곧잘 딴 데로 새버린다. 이제와서 '지금 누군가의 심장 소리가 미치도록 듣고 싶다' 뭐 이런 거 안돼?

  • Favicon of http://www.LIQUIDSTATION.NET BlogIcon 그노 2008.05.20 22:04

    되죠 왜 안됩니까 우린 모두 도파민의 노예인데! ㅎㅎㅎ

    그리고 이성과 감성에 대해서는 칸트 선생님도 "감성과 오성은..아마 알려져 있지 않은 공통의 한 부분에서 생겨나는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저도 비슷하게 생각하던 차에 이런 글귀를 만나고 아이고!했습죠. 껄껄

    • Favicon of https://delic.kr BlogIcon Delic 2008.05.21 07:28 신고

      그런데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 현실...
      불행하게도 저는 칸트 선생님을 고등학교 윤리 교과서 이후로 도통 만나뵌 적이 없어서, 댓글 읽으며 이 무식함을 어찌하나 한탄하면서 아이고!했어요. 부끄럽습니다-

  • 염소 2008.05.21 00:44

    [사회화]가 참..... 이 단어는 학교 때 전공책서 볼 때마다 찝질했는데 언제봐도 쫌 그런 단어인것 같아요.
    7번째줄 읽고있으니 갑자기 홉스가 떠오르네요. 이거...뼛속까지 성악설이 된진 오랜데. 그래도 자주 어떤 교리들이나 we are all connected to each other In a circle, in a hoop that never ends
    이런 걸로 정화시키고 그래요. ㅎㅎ

    • Favicon of https://delic.kr BlogIcon Delic 2008.05.21 07:41 신고

      저는 전공책을 펴면 왜 인테그랄만 겹겹이 나올까요...
      '뼛속까지 성악설' 대략 3년차입니다만, 단순히 '나도 그들 중 하나'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는 기분이 나아지지 않더군요. 이 배배꼬인 것을 어찌하나 한탄하면서 또 한번 아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