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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의 권세.

 처음 입대했을 때 '군대'라는 단어의 쓰임새가 심히 못마땅했던 적이 있다. 여긴 '군대'다, 그 말인즉슨, 군대에선 뭐든지 하면 다 되고, 불가능 따위는 없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표면적으로는 순전히 바깥 사회에서의 상식 선에 준하는 능률이나 효율보다 더 월등한 성취도를 보인다는 의미에서 쓰이는 것으로 보일진 모르지만, 문제는 윤리적으로 명백히 그른 행위가 서슴없이 자행된다 하더라도 이 단체의 수많은 구성원 중 어떤 한 명도 그것에 대해 새삼스럽게 언급하거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현상에 대해 으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용도로 쓰이는 일 또한 적지 않다는 점이다. 요컨대, '일어나지 않을 법한 일이 일어나더라도 이 곳에서는 용납이 될 수 있다'는 정도의 의미로 통용되곤 했던 것이다. 계급의 차이가 우열로 발현되면서 윗사람들이 절대적인 '권능'을 부여받음으로 인해 그 체계를 일컫는 군대라는 단어 또한 거의 도그마에 가까운 지위를 획득하게 된 것 같다. 신참이 아닌 이상 누구나 아랫사람을 거느리고 있으며 그 또한 언젠가는 위로 올라서게 되는 일명 '윗사람들의 조직'에서, 나는 그들이 속한 시스템을 스스로 지칭하는 말에 거부감을 느꼈다. 

 어디 '군대'뿐인가. '세상'이 그렇고, '사회'가 그렇다. 사람들은 흔히 말하는 '사회'에 아직 뛰어들지 않은 사람이나 '세상'을 겪지 못한 사람들에게 충고하려 든다,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일어난다, 모르면 가만히 있어라, 다치기 싫으면 알아서 기어라... 하지만 어느 누구도 자신들이 그 단어를 적용시킨 사례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해낼 수가 없다. 일군의 집단에 최상급의 권위를 부여하여 스스로가 논리적으로 비판하거나 증명할 수 없는 일들에 '적당히 대충 그런 의미'로 적용시켜 얼버무리는 와중에, 우리는 그 실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힘을 잃어버렸다.

 물론 그것이 완전히 허구라거나 하는 얘기는 아니지만, 원래의 형상을 지나치게 뭉그러뜨린듯한 느낌이 들어서 싫다 이거다, 나는.

 지난 주 아버지와의 토론 후에, 잊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