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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a r d n e s s .

 물에도 'Hardness'가 있다. 칼슘과 마그네슘의 함유량을 가지고 물의 경도를 따지는데, 처음에는 어떤 단단함이나 견고함의 기준인 줄로만 알았던 개념이 유체에서 이런 식으로 적용되는 것을 알고는 기발하다고 느꼈었다. 문학 작품같은 데서 종종 보이는 어떤 심상이나 이미지의 연결 · 전환이랄까, 그런 종류의 발상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물론 명명 자체에서 느낀 감탄이지 물 안에 칼슘이며 마그네슘이 얼마나 들어있는지를 알아내는 일 자체에는 별 흥미가 없었지만 말이다. 

 사람에게도 Hardness가 있다면, 어떤 성질인가. 
 
 나는 '나쁜 마음'을 견뎌내는 내구성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수치나 모멸감을 참는 것, 주변의 몰지각함을 감당해내는 것, 오해를 감수한 행동에 변명하지 않는 것,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을 감당해내는 것, 억울한 일을 당해도 원망하지 않는 것. 

 왜냐하면, 이것이야말로 정신적인 측면에서는 가장 뚜렷하게 개인차가 드러나는 부분일 거라고 생각되었거든. 자신의 기저를, 자신을 이루고 있는 것들의 특질을 반영한다면 틀림없이 이런 '원초적인 면'이 Hardness가 아닐까, 하고. 어떤 이는 밖에서 몇 번 찔리고 돌아오면 스스로 상처를 벌리고 건드려 덧나게 한다. 어느새 혼잣말로 자신을 유기해버리는 그런 부류였다, 너무 쉽게 내가 아닌 것들에 대해 토라지고 될대로 되라 식으로 어린애같이 행동해버리고 마는. 그래서 아무래도 그런 게 눈에 밟혔지...

 개개인이 불행을 느끼는 정도에 대해 인지하는 것도 좁은 의미에서의 '사람에 대한 이해'로 볼 수 있고, 또 그 과정에서 서로의 Hardness라는 것도 측정되는 건 아닐까. 타인을 안다는 건 그런 것도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생각했는데.

 복학하고나서 겪은 사람들은 도무지 무얼 해도 죄다 티를 내지 않는다. 알고 지내던 사람들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태연한 모습. 두터운 친분마저도 뚫을 수 없는 어떤 자기 방어 기작, 저토록 매일 명랑하게만 지낼 수 없는 건데, 진심으로 웃다가도 어떤 날은 평소와는 전혀 분간할 수 없도록 마지못해 짓는 표정. 술잔을 맞잡아도 겉도는 얘기, 진지한 고민을 꺼내지 못하게 하는 체화된 긴장. 정작 드러나야할 것이 보이지 않는듯한 느낌. 어렵고 괴로운 말이 얕게 묻혀 어느덧 정말 가까운 몇몇을 제외하고는 나누지 못하는 말이 되어서. 

 Hardness가 높거나, 혹은 측정 불가능하거나. 내 눈에는 당신들이 행복하게만 보여. 솔직히 그게 기쁘지만은 않다. 

 남들이야 어느 쪽이건 난 혼자 때때로 난폭해지고 바보가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