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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랍스터.

 

* 현실의 국가들은 대체로 결혼을 장려하는 편이다. 이는 미혼/비혼 인구의 증가가 출산율 저하 및 고령화 사회 촉진을 야기하여 노동 공급 감소와 내수 경기 침체로 이어지기 때문인데, 우리나라도 이에 대한 극복을 위해 최근 국가 차원에서의 단체 맞선 프로그램을 추진하겠다는 어마무시한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그나저나 대통령도 독신인데...?)

 이러한 소극적인 형태의 개입과는 달리 극 중에서의 시스템은 뚜렷한 이유도 밝히지 않고 아예 결혼을 강제한다. 기혼자들은 도회지에서의 삶이 보장되는 한편, 짝이 없는 이들은 어느 호텔에 수용되어 45일 내에 배우자를 찾지 못하면 동물로 변하게 된다. 이 체제에 반기를 들고 싱글로서 게릴라 투쟁을 하는 솔로부대 집단이 존재하며, 호텔 투숙객들은 이들을 사냥하는 것으로 인간으로서의 생존 기한을 연장받는다. 즉, 어떤 방식으로건 독신의 절멸을 유도하는 셈이다.

 작품의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이, 인구 절벽을 눈앞에 둔 현재의 정세를 감안했을 때 저런 불상사를 멀지 않은 미래에 목격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공상을 관람 중에 잠시 했었더랬다.

* 성인용 잔혹동화, 기괴하지만 납득은 가는 비유.

 본작에서는 유난히 커플의 성립 조건이 단순화되어있는데, 가령 특발성 비출혈이나 사이코패스, 근시 등의 단편적인 특질 중 하나만 교집합으로 가지고 있어도 연애의 필요충분조건이 충족된다는 식이다. 강력한 훈육을 통한 커플로의 갱생을 지향하는 가뜩이나 비정상적인 공간에서, 싱글들은 기껏해야 각 개인의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 그 단면을 자신과 맞을지 가늠하며 촉박한 기간 안에 설익은 마음으로 구애를 한다. 심지어는 없는 공통점도 거짓으로 꾸며내기까지 하면서. (누군들 금수로 살고 싶겠는가) 황당하게도 기껏 연애금지인 곳으로 가서 지내려니까 거기서는 또 웬 여자랑 호감이 싹트고. 호텔 직원의 열연을 필두로 한 댄스 씬을 제외하면 직접적으로 대놓고 웃기는 부분은 없으나(일렉트로닉은 이다지도 고독한 장르였던 것이다), 대체로 목숨 걸고 그놈의 사랑 한 번 해보려는 와중에 피가 튀는 블랙코미디의 향연.

* 공교롭게도 이것 다음으로 본 작품이 「007 스펙터」였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레아 세이두를 연달아 맞닥뜨리게 되었음. 차분한 매력이 있다.

* 중간중간에 동물들이 각자의 서식환경과는 전혀 동떨어진 장소를 배회하는 장면들이 있는데,  데페이즈망 특유의 기묘함도 좋았지만 사람일 때 왜 하필 그 동물이기를 원했는지 상상력을 자극하는 느낌이 괜찮았던 듯. 내 경우는 간지나게 숫사자였으면 좋겠는데 수틀리면 왠지 허니배저같은 걸로 변해서 있는대로 승질 부리면서 다닐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