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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76.

* 근래 들어서는 공연 후기는 작성하지 않고 있지만, 지난 주말 여러모로 감회가 새로웠던 건이 있어서 한 번 적어본다.

- 한 가수가 있었다. 그는 절창으로 데뷔 이후 오랜 시간 동안 대중들에게 사랑받았다. 그러던 작년 겨울 공연 도중 그는 목에 이상을 느끼고 돌연 공연을 중단한다. 수많은 관객이 운집한 가운데 갑자기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의 당혹감은 어떠했을 것이며, 그 관객들에 대한 송구스러움은 그보다 얼마나 더 무거웠을까. 그리고 치료하는 동안 그를 잠식했을 걱정과 불안, 답답한 감정들. 누구보다 높게 멀리 날던 새가 날개를 잃은 심정이 아마 그러했으리라. 성대에 문제를 겪은 이후 망가져버린 아까운 보컬들이라면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봐왔다. 그가 그런 안타까운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치료를 마친 그는 데뷔 20주년 기념 콘서트를 연다. 놀랍게도 공연 취소 당시의 관객들에게 모두 환불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부득이 그들을 다시 무료로 공연에 초대하는데 그 수가 무려 2000명이었다. 그리고는 마치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는 듯이, 여전히 건재한 역량을 과시하며 공연을 성황리에 무사히 끝마친다. 그는 단언컨대 이 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기교나 운영 면에서의 완숙함도 물론 대단했지만, 앞서 설명한 정황들로부터 느껴지는 어떤 의지가 더 와닿는 그런 공연이었다. 변함없는 경지의 모습으로 돌아와준 것에 감사하며 앞으로도 줄기찬 활동을 기원한다.

- 여러 장면에서 김범수가 떠올랐다. 3년 전 소극장 콘서트에서 김범수가 그랬던 것처럼, 그도 '나는 가수다'가 가수 인생의 전환점이었다고 얘기했다. (두 명 모두 그 프로그램 이전에는 방송 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부류였으니까) 그리고 그 콘서트에서 김범수는 '보고 싶다' 마지막 후렴 부분을 무반주에 육성으로 불렀는데, 그도 앵콜곡으로 '나와 같다면'을 부르면서 이제는 트레이드 마크가 된 무반주+육성 구간을 시전했다. (참고로 공연 장소가 무려 올림픽 체조경기장이었다...) 그러고 보니 의도한 건 아니지만 나가수 방영분 중 소위 '522대첩'으로 일컬어지는 회차의 출연진 7팀 중 5팀의 단독 공연을 가본 셈. 알파벳들로 이루어진 두 팀이 남았는데 과연.

- 게스트: 샤이니 온유 / 성시경 / 유희열. 토이의 곡들이 출세작인 것을 감안하면 데뷔 20주년 공연에 프로듀서가 참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

- 티켓은 이제부터 무조건 한 장씩 끊는 걸로.

* 성향이 잘 맞지 않아서인지 한국 드라마를 몇년에 한 번 볼까말까 한데, 이례적으로 올해는 벌써 두 편째다. '또! 오해영'은 올해 서재페에서 이채언루트 무대 때 'Uneasy Romance'가 이 드라마에 수록되었다길래(기 발표곡이어서인지 정작 OST에는 포함되어있지 않다) 영업당했다가 다른 트랙들에 꽂혀서, '청춘시대'는 순전히 캐스팅 때문에. 이 드라마 출연진, 내가 직접 섭외하기라도 한 것처럼 좋아하는 여배우들만 신기할 정도로 쏙쏙 골라다가 심어놨다. 한예리 / 박은빈 / 류화영만으로도 이미 시청 확정이거늘(햄촤는 다른 팬들이 알아서 챙겨주겠거니) 박혜수 얘는 또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와가지고...개인적으로 귀여운 캐릭터에 그다지 감흥을 못느끼는 타입인데 유은재 역은 정말 말도 안되게 어마어마하다, 나 진짜 아저씨 다 됐나봐.

* 아, 진짜 아저씨 다 됐나보다. 자의건 타의건 안티에이징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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