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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이발관 – 홀로 있는 사람들 (2017)

<2017-08-29 11:32 원본 작성>

1. 너의 몸을 흔들어 너의 마음을 움직여
2. 창밖엔 태양이 빛나고
3. 누구나 아는 비밀 (with 아이유)
4. 마음이란  5. 애도
6. 나쁜 꿈  7. 영원히 그립지 않을 시간
8. 홀로 있는 사람들  9. 혼자 추는 춤

* 어떤 앨범은 이게 정말 나올지 엎어질지 알 수 없는 막연함 탓에 반쯤 체념한 상태로 기다리게 된다. 작업기에 ‘화염방사기로 지금까지 녹음한 거 다 불태워버리고 음악계를 떠났으면 좋겠다’ 같은 내용을 적는 뮤지션의 앨범이라면 더더욱.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를 놓지 않게 하는 것은, 이석원은 음반 작업에 있어서만큼은 문제가 발견되지 않을 때까지 자신의 무자비하게 까탈스러운 기준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예술가라면 누구나 으레 그러한 창작의 고통을 겪지 않는가 반문할 수 있겠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인내와 수고로움을 감내해야 하기에 보통은 불가역적이라고 생각되는 상황에서도 – 이를테면 믹싱만 열몇차례 수정/번복하기를 되풀이하여 결과물을 받아들었을 때라거나 – 결과물을 뒤집어엎기를 주저하지 않을 정도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물론 그 결과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하나하나마저 말로 다 못할 정도로 처절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러한 강박이 무엇 하나 절대 허투루 내놓지 않을 것이라는 일종의 신뢰가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앨범. 그는 다시 한번 스스로를 극한의 스트레스 한가운데로 내몰았고, 늘 그래왔듯 순조롭지 않은 시간들을 거쳐 여기까지 왔다. 불길에 휩싸여 자연으로 환원되지 않은 상태의 온전한 음반과, 음악을 그만둔다는 소식을 함께 들고서. 아무쪼록 그가 홈페이지에 남긴 마지막 글처럼 음악이 고통으로 여겨지지 않는 날에 다시 찾아올 수 있기를.

* 첫 트랙이자 앨범 발매 전 선공개된 ‘너의 몸을 흔들어 너의 마음을 움직여’는 이석원 말마따나 23년에 걸친 언니네 이발관이라는 연재물의 최종회 주제가 격인 곡. (참고로 언니네 이발관 홈페이지 주소는 www.shakeyourbodymoveyourbody.com이다) 이 밴드 특유의 ‘울면서 달리는’ 정서에 방점을 찍은 듯한 느낌.

* 트랙리스트에서 피쳐링진을 확인한 다음에 들었던 생각: 이석원은 과연 아이유도 쥐잡듯이 잡았을까. 블로그 글이나 아이유 반응이 지극히 평온한 걸로 미루어봐서는 녹음하다가 뭔가 사단이 나거나 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의문이다.

* 사실 앨범 발매 직후부터 이 글을 쓰려고 마음먹었던 건 작년 GMF 때 이미 싱글로 선발매되어있던 ‘혼자 추는 춤’의 라이브를 접했던 기억 때문이다. 공연 당시 멘트로는 이 곡을 완성한 후에 광화문에 갔다가 어떤 사진을 보고 충격을 받아서 다시 돌아와 엔딩의 가사와 멜로디를 바꾸었다고 했다. 이 곡의 후반부는 다음과 같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난 꿈을 꾸지
여기 아닌 어딘가에 있는 꿈을
작은 희망들이 있는 곳
내가 사랑할 수 있는 곳
내가 살아가고 싶은 곳
누구도 포기 않는 곳

한 사람도
나 그런 곳을 꿈꾸네

누구도
그런 곳을 꿈꾸네

다들 여기 아닌 곳에 있고 싶어
한 사람도 포기하지 않는 곳에
끝까지 포기 않는 곳
누구도 포기 않는 곳

한 사람도
그런 곳을 꿈꾸네

누구도
그런 곳을 꿈꾸네

그런 곳을 꿈꾸네

사람들은 외로움에 지쳐 있다
부디 워우워우 언젠가
다함께 몸을 흔들며
노래하고 춤추며

그리고 광화문에서 봤다던 그 사진은 세월호에 오르기 직전 단원고 아이들의 단체사진이다.

이 원자화되어가는 사회에서 이해받지 못하는 외로운 개개인이 이상을 노래하던 중, 소망하는 바로서 덧붙이기에는 어쩌면 당연한 것들. 시스템의 실패나 정치적인 프레임 이전에, 서로 간의 이해를 완성하며 공감을 이루는 것. 그래서 이 마무리를 지지하고 응원한다: 홀로 있는 사람들의 혼자 추는 춤임에도 불구하고 종래에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점에 있어서도, 오랜 시간 울면서 달려온 당신들의 마지막이 이토록 근사하다는 점에 있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