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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샘 - 너의 뒤에서 건네는 말

<2018-04-10 01:05 원본 작성>

* 지난 주에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이 라디오프랑스필 악장을 맡게 되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오디션 과정과 그간의 경력, 향후 활동 계획. 매체마다 기사들의 면면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은 저마다의 편집방향과는 무관하게 객관적인 소속사의 보도자료에 충실했기 때문이리라.

 소속 뮤지션이 선정된 직위를 세분화하지 않고 상위 개념의 타이틀을 보도로 내보낸 뒤, 뮤지션 본인이 부담을 느낀 일에 자책했다는 소속사 대표. 저 보도 문구 하나하나에도 그 일로부터 비롯된 전략과 방향성이, 연주자를 배려한 마음이 깃들어있지 않을까.

 박지윤이 속한 트리오 제이드의 매니지먼트사인 MOC 프로덕션 이샘 대표의 에세이에는 소위 마음빚 얘기가 가득하다. 공연 기획자라는 업에 매여 소속 아티스트를 아낀 나머지 상처를 주거나 상처받은 이야기. 그러나 이 업보들의 고해성사와 같은 경험담 뒤에는, 누군가를 위해 모든 것을 헌신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자긍심이 있다. 결국은 사랑했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들: 그것이 설령 사람이건, 음악이건, 그것들을 포용하고 아우르는 자신의 일이건.

* 그녀는 8년을 항공사 승무원으로 지낸 뒤 클래식 공연 기획자가 된 이색 경력의 소유자이다. 교집합이 전무한 직군 사이를 가로지르며 겪은 시행 착오들은 글로 와닿는 것보다 얼마나 고된 것이었을지. 저마다 자기가 몸담은 필드를 한하는 속성은 비슷비슷하겠지만, 그 시장이 불모지에 가까운 실내악이라는 사실이 독자로 하여금 미처 활자로 다 표현되지 못한 수고로움을 짐작하게 한다.

 한편 누군가는 대학교 시절 어느 술자리에서 공연 기획사를 차리고 싶다는 얘기를 털어놓은 기억이 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전혀 상관없는 직군에서 어느덧 8년째를 보내고 있다. 다른 이의 이야기와 겨우 햇수 하나 같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할만큼 어리석진 않다 믿으며. (대신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만큼 열렬한 공연 소비자가 되었다는 게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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