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어쩌면, 때늦은 어떤 결여의 발견. 엊그제던가, 도서관에서 프로젝트에 골몰하고 있는데, 근처 자리에 있던 한 여학우가 됐어, 나 됐어! 하면서 너무도 뛸 듯이 기뻐하는 걸 봤다. 얼핏 보기로는 인터넷을 통해 뭔가의 결과(아마도 공모전이나 인턴 정도가 아닐까)를 확인하고서 그랬던 것 같은데, 옆에 있던 친구도 맞장구쳐주며 덩달아 기뻐해주는 와중에, 당사자는 기쁨에 벅차 주체하지 못할 것만 같은 기분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너무도 생경했다, 그 광경이. 나는 사람이 어떤 일의 성취를 이루고는 저토록 기뻐하는 광경을 나 자신의 경우를 포함해 여지껏 단 한 번도 실제로 목격한 적이 없었던 것만 같은 - 실상 이성적으로 생각해보자면 저게 나이 스물 일곱에 처음 보는 광경이라는 건 인간으로서의 감정이 나면서부터 거세당하지 않은 이상은 논하기 어..
2010 제34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아침의 문 - 2010년 제34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국내도서 저자 : 박민규 출판 : 문학사상사 2010.01.20상세보기 * 매년 서점 가판대 앞에 서서 꼭 한 번은 뒤적여보게 되는 황금색 표지의 책. 좌측 상단의 이상은 웃는 낯도 아니건만 볼 때마다 왠지 모르게 닮지도 않은 얼굴무늬 수막새가 떠오른다. 몰라, 저 자리에 뭔가 막연히 누군가의 얼굴이 있어야 할 양이면, 그런 이미지가 실린 책이 어디엔가 적어도 한 권은 있을 거라고 무의식 중에 생각했던 까닭일까? * 그렇게 익숙한 표지의 책인데, 나는 올해 이전까지 단 한 번도 이 책을 내 돈 주고 사본 적이 없었다. 매년 수상작들은 서점 안을 떠나지 못하고 배달 안되는 식당 음식마냥 손에 들려 밖으로 나가게 되는 일 없이 그 자리에서만 읽혔다. 군에 ..
잡담 #43. - 닮은 사람 * 사람 얼굴이라는 게, 아무리 제각각으로 생겼어도 개성이나 특징 이전에 분위기 등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대강의 분류같은 것이 있어서(더군다나 그런 걸 평소에 딱 부러지게 정해놓고 낯을 마주하는 것도 아니니), 시간상 앞서 접한 표본의 이미지를 훗날 떠올리게 되는 일이 종종 생기곤 한다. 어제 새로 만난 누구는 이름도 잘 떠오르지 않는 중학교 동창을 닮았다거나, 뭐 그런 거. 출생순이나 여타 기준은 개입할 여지도 없이 그냥 개인의 입장에서는 인지도가 남다른 유명인사가 아닌 이상 먼저 알게 된 사람이 기준이 된다는 것에 - 실상 다른 사람이 보면 내가 A를 보고 B를 닮았다 하는 것이 반대로 B가 A를 닮았다고 할 수도 있는 일인데 - 처음에는 조금 억울한 느낌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내가 누군가와 ..
제목을 입력해주세요 #3. 비가 오던 날 TV 송신탑의 두 다리 사이에서 떨어져내리듯 퍼부어지는 무대의 막을 보며 그것이 열리기를 갈망하는 끊이지 않는 갈채를 듣는다 이 소리가 그치면 커튼콜에 화답하듯 저 너머의 광경들이 현실을 연기할 것이다 이 소리가 잦아들기만 한다면, 그러나 어째서인가. 보이지 않는 관객들의 고조된 분위기는 몇시간째 사그라들지 않고, 더욱 거세지는 박수 소리에도 야속한 저 휘장은 걷힐 줄을 모르고 다만 나를 포함한 몇몇만이 처마 밑에 놓인 듯, 어리석어보이기까지 하는 이 열렬한 기세의 소용닿지 않는 환호를 망연히 지켜볼 뿐이었다.
데일 카네기 - 카네기 행복론 카네기 행복론 (핸드북) 국내도서 저자 : 스튜어트 레빈,마이클 크롬 / 최영순역 출판 : 씨앗을뿌리는사람 2008.12.10상세보기 * 내가 자기계발 류의 책을 거의 읽지 않는 이유를 두 가지 정도로 압축해본다면: 첫째는 이 책에서 변화의 필수 전제조건으로 명시한 '고민을 해소하고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겠다는 굳은 결의와 그것을 배우려는 강한 욕망'같은 종류의 어떤 '맹목성'이 가진 극단적인 면에 거부감을 가지기 때문이다. 내가 이해하고 바라보는 삶이나 경험이란 하나의 '총체'같은 것이어서, 몇 가지 생각을 바꿔넣는다고 해서 '단기간에 이렇게 확 변하는 겁니다!'같은 식으로 이 시스템이 하루아침에 변할 수가 없는 건데, 마치 계절을 토막내고는 간절기없이 겨울에서 봄으로 옮아가는 듯한 변화를 수많은 책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