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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화살. * 재학 당시 학교 게시판에서 한 번 화제가 되었던 걸로 기억하는 사건이다. 그런데 그 당시에 본인이 접했던 정보는, 이러한 억울한 사연이 얽힌 사건의 전말이 아니라 단지 수학과 모 교수가 석궁으로 누굴 쏴서 구속됐다더라 정도의 단편적인 것에 지나지 않았음. 이 영화 개봉 전에 대강의 정보를 알게 되고 나서야 비로소 이 일이 그런 양상이었다는 걸 인지. * 중심이 되는 사건 내용과는 별개로 각색에 있어서 약간 불편한 부분이 있었는데, 얼마 되지도 않는 그 짧은 장면이 영화 전체에 대한 인상을 바꿔놓았음을 - 그것이 그다지 좋지 못한 방향이었음은 유감이다 - 고백해야겠다. 주인공이 독방으로부터 일반 사동으로의 이동을 통보받을 때의 그 반응은 어쩌면 '잘못된' 것이 아니었을까. 실제 인물의 성향이야 어찌됐건..
모파상 - 벨아미 벨아미 국내도서 저자 : 기 드 모파상(Guy de Mauppasant) / 송덕호역 출판 : 민음사 2009.09.25상세보기 본격 여자들 등처먹으며 출세하는, 외모는 출중한데 멘탈이 폐기물 급인 한 남자의 이야기. 막연히 지금보다 더 정숙한 분위기일 거라 여겨왔던 근대를 배경으로 치정과 불륜이 횡행하는 건 현대에 이르러서나 이루어진 각색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딱히 그런 것만도 아닌가보다. 하기사 시대를 막론하고 어딜 가나 여성들에게 인기있는 놈팽이 남성상은 존재하기 마련이고, 도덕과 규율의 경계를 넘어서면서까지 자신의 야욕을 충족시키는 인간형 또한 존재하기 마련이니. 벨아미(Bel-Ami)는 '미남 친구'라는 뜻의 불어로, 주인공의 첫번째 내연녀의 딸이 지칭한 이후 그의 별명이 되었다. 자신이 고백..
알랭 드 보통 - 공항에서 일주일을: 히드로 다이어리 공항에서 일주일을 국내도서 저자 :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 / 정영목역 출판 : 청미래 2009.12.28상세보기 * 개인적으로 공항에 대한 기억이 떠올려낼 수 있을 정도로 선명한 부분은 2007년 제대 직후이다. 그 이전에 비행기를 탔던 일이라고는 죄다 유년기에 - 혹은 유년이라는 단어를 쓰기 멋적을 정도로 어린 나이에 - 있었던 일인데다, 누군가의 여행을 배웅하거나 마중나가는 일 같은 것도 없었으니까. 하기사 그 이후로도 몇 번 나가보지는 않았으니 무엇을 이야기한들 관련 직종에 종사하는 이들이 보기에는 그저 뭇 이용객들이 토로하는 것과 비슷한 성질의 감흥에 지나지 않으리라. 이를테면, 아마도 세상에서 제일 눈 빠지도록 지루해보이는 공항 검색대 근무에 대한 단상이라거나(금속 탐지기..
인 타임. *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화폐처럼 통용되며, 파산은 생물학적 기능의 정지로 이어진다: 만일 이 소재를 가지고서 자본의 속성을 보다 심층적으로 다뤘더라면 흥행에는 실패했을지 몰라도 엄청난 마스터피스가 나왔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중반부 지날 즈음부터 했던 것 같다. 토끼를 여럿 쫓다가 한 마리도 제대로 잡지 못하고 놓쳐버린 느낌이 들었던 건 왜일까. (포스터에 적혀있잖아, 무려 'SF 액션 스릴러') 현실의 문제를 시사하려는 듯 보였던 시도는 대책이 전무한 와중에 이루어진 시스템의 전복에서 그만 주저앉아버린다. 주동 인물들의 행보는 동기와 지향점이 모두 뚜렷하지 않은 상태에서 어느 순간부터 맹목성을 띠기 시작하고, 동시에 뭔가를 고발하려던 목소리는 설득력을 잃는다. 흥행성 면에서 추격전의 플롯이 남..
어떤 그림에 대한 소회. 미술관 관람 중 어떤 작품과 맞닥뜨린다. 이전에 본 적이 없는 류의, 구성은 명료하나 추상적인, 한참을 들여다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그런 그림이다. 한 전시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두 갈래길 중 어느 쪽 그림부터 감상해야 할지 별 것 아닌 고민을 하다가, 어려운 발걸음을 옮기고는 마치 원래 가려던 방향이었던 양 자연스러운 기색을 잃지 않으려고 했다. 첫눈에 와닿지 않는 작가의 의중을 알지 못한 채로 포기하지 않고 똑바로 직시하려 노력해본다. 배경지식이 전무할 경우에는, 일반적인 감각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 비록 대상이 가진 본연의 의미와 내가 이해한 것이 들어맞지 않다 하더라도, 그것에도 그것 나름대로의 질서와 의미를 부여하면 될 일이...라고 애써 생각해보지만 아직도 낯선 느낌이 가시질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