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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by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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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가격을 책정하는 방식의 음원 구매 사례. § 최근 많은 화제를 불러 모은 라디오헤드의 신보이다. 온라인을 통해 디지털 음원 형식으로 발표할테니 10원이건 100000원이건(아, 거기는 파운드였나?) 알아서 내고 들으라는, 실로 엄청난 실험을 감행한 그들. 홈페이지(http://www.inrainbows.com) 접속 후 입장하면 10월 10일에 발매된 라디오헤드의 신보를 구매하기 위한 절차가 시작된다. 디스크박스와 다운로드로 각각 주문 링크가 나뉘어있다. 위 화면에서 다운로드의 디테일을 눌렀을 때 새로 뜨는 팝업의 내용. 음질은 160, 형식은 ZIP. 참고로 이 음원에는 DRM도 없다. 다운로드를 하나 주문했을 때의 화면. 드디어 문제의 가격책정 페이지에 도달. 두 칸 다 0을 입력해도 구매가 가능하도록 되어있다. 가격 입력란 옆의 물음표를 ..
20대가 사라졌다? 일단 흠부터 좀 잡자면. 첫째, 필자가 20대에 부여한 속성이 너무 극단적이다. 의식 없고 예의 없고 소명감 없고 사회정치 환경에 대한 관심도 없으며 할 줄 아는 건 영어밖에 없고 오로지 성공의 가치에 모든 걸 헌신하는 듯 보이는 '요즘 것들'이라니, 이런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는 어떠한 경우라 하더라도 문체나 스타일로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 부분은 많은 분들이 'GQ라는 잡지의 특성'상 나타나는 발화의 방식으로 생각하시는 듯. 이 일종의 '강박'에 대해서 아마 차후에 별도로 논할 기회가 있으리라...) 둘째, 20대 관련 경제서들을 예로 들며 돈독이라도 오른 세대마냥 묘사한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 경제 관념상 시간은 자본에 부가적으로 가치를 부여하며, 그 가치는 시간의 양에 비례한다. 이율과 물..
H a r d n e s s . 물에도 'Hardness'가 있다. 칼슘과 마그네슘의 함유량을 가지고 물의 경도를 따지는데, 처음에는 어떤 단단함이나 견고함의 기준인 줄로만 알았던 개념이 유체에서 이런 식으로 적용되는 것을 알고는 기발하다고 느꼈었다. 문학 작품같은 데서 종종 보이는 어떤 심상이나 이미지의 연결 · 전환이랄까, 그런 종류의 발상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물론 명명 자체에서 느낀 감탄이지 물 안에 칼슘이며 마그네슘이 얼마나 들어있는지를 알아내는 일 자체에는 별 흥미가 없었지만 말이다. 사람에게도 Hardness가 있다면, 어떤 성질인가. 나는 '나쁜 마음'을 견뎌내는 내구성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수치나 모멸감을 참는 것, 주변의 몰지각함을 감당해내는 것, 오해를 감수한 행동에 변명하지 않는 것,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을..
집단의 권세. 처음 입대했을 때 '군대'라는 단어의 쓰임새가 심히 못마땅했던 적이 있다. 여긴 '군대'다, 그 말인즉슨, 군대에선 뭐든지 하면 다 되고, 불가능 따위는 없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표면적으로는 순전히 바깥 사회에서의 상식 선에 준하는 능률이나 효율보다 더 월등한 성취도를 보인다는 의미에서 쓰이는 것으로 보일진 모르지만, 문제는 윤리적으로 명백히 그른 행위가 서슴없이 자행된다 하더라도 이 단체의 수많은 구성원 중 어떤 한 명도 그것에 대해 새삼스럽게 언급하거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현상에 대해 으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용도로 쓰이는 일 또한 적지 않다는 점이다. 요컨대, '일어나지 않을 법한 일이 일어나더라도 이 곳에서는 용납이 될 수 있다'는 정도의 의미로 통용되곤 했던 것이다. 계급의 차이가 우열..
혼합물의 분리. 내가 사는 곳은 이 도시에서 그나마 조금은 번화한 곳 바로 뒤쪽. 학기 중에 학교에서 프로젝트나 어떤 사적이지 않은 일에 시달리고 나서 뒤늦게 집에 돌아오는 길이면 으레 이상한 기분이 든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크고 작은 과제나 시험에, 심지어 프리젠테이션용 PPT의 지극히 사소한 디테일에도 목숨을 걸다시피 몇시간 며칠 몇주를 달려드는 사람들 틈 속에서 살다가, 역에서 지하도로 올라서는 순간 '우스울 정도로 다른' 세상의 경계와 마주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니까. 술이 달아올라 상기된 얼굴, 비틀대며 걷다 간혹 소리를 지르곤 하지. 수많은 포장마차, 그보다 많은 술집, 그만큼 많은 모텔. 어디서 저 많은 사람들이 도깨비처럼 튀어나와서 대낮같이 훤하게 밤을 보내는 것일까. 한껏 파인 옷에 두꺼운 화장,..